검은 고양이
"아찌야 너랑나랑 결혼할래" "응"
네 살박이 그 꼬마가 내게 청혼했어
정말로 나는 너무너무 우스워서 "넌 어려서 안돼"
했더만 글께 서럽게도 내 팔에 매달려서 엉엉 우는거야
허허 그래서 나는 싹싹 빌며 달랬었지
손가락에 엄지도장 찍으며
그대는 귀여운 나의 검은 고양이 새빨간 리본이
멋지게 어울려 그러나 어쩌다 토라져 버리면
얄밉게 할퀴어서 마음 상해요
검은 고양이 네로 네로 네로 귀여운 나의 친구는
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 네로 네로 네로
이랬다 저랬다 장난꾸러기 랄랄랄랄라 랄랄라
"담배를 피면 빨리 죽지" "응" 하면서 화내는
산소같은 꼬마 "아찌는 내가 하기 나름이야" 하면서
애교 떠는 여우같은 꼬마 내일부턴 글쎄
유치원 갔다 매일 휴~ 놀러오겠다며 나의 신부
흉내내는 꼬마 너무 귀여워서 땁다라 답따 안아 주고파
멋쟁이 그대가 사뿐이 걸어가면 무서운
고양이 뒤따라와요 달콤한 꼬임에 속아서 간다면
후회를 한다 해도 나는 몰라요
지난 겨울
멀리서 너의 모습을 봤지 어떻게든 너와
얘기를 하고 싶었어 너무 구식적인
방법인지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너의 앞에 쓰러졌었어
나는 처음 너를 그렇게 만났었지
하얀 눈이 아름답던 그 스키장 너와 나의 사랑은
싹트기 시작했고 그해 겨울은 또 그렇게 빨리 지나갔었지
어김없이 되돌아 오는 그 겨울 단 한번의
사랑과 한번의 이별 수북히 쌓인 하얀
눈 위에 너의 이름을 새겨보았지
그래 행복했었지 그 시절은 돌아올 순 없어
알고 있니 네가 떠나버린 겨울은 내겐 너무
길게만 느껴진 걸 다 지난 일이니
후회한다고 해도 이제 와 어떡해 더 힘만 들 뿐야
저 하얀 눈처럼 너를 지울게 이런 나의 맘 헤아려 주겠니
내가 살아 숨쉴 수 있는 동안에 내 안에
살아있는 너를 느끼지 얼마나 더 아파해야
잊을 수가 있나 나 지금도 이토록 그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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