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정태춘 박은옥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힌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고
짙은 안개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로는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고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곁에 오래 머물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오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탁발승의 새벽노래
승냥이 울음따라 따라 간다 별 빛 차가운
저 숲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인다
어서 어서 가자 길섶의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 세존이
다녀가셨나 본당의 목탁 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 어서 가자 이 발길 따라오던 속세 물결도
억겁 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할 이름 없는 수많은 중생들
추녀 끝에 떨어지는 풍경소리만 극락 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 몸 돌계단의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쉰 목소리에 멈춰 서서
돌아보니 따라온 승냥이 울음소리만 되돌아서 멀어지네
주지 스님의 마른 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에서 깨어나니 만리길 너머
파도 소리처럼 꿈은 밀려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 북 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 퍼지니
생로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든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 얼굴
아저씨 하고 부를 듯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뒷전에 있던 동자승이 눈 부비면 인사하고
합장해주는 내 손 끝 멀리 햇살 떠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건강하고 즐거운 음악산책***** > 정태춘 정승환 정엽 정인수 정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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